"참 나쁜 사람들입니다. 앙꼬(팥소) 없는 찐빵을 만들어 놓고 먹으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25일 충남도청 브리핑룸.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이견을 보인 세력을 향해 '고향을 팔아먹는 사람들(매향·賣鄕)'이라 칭한 것에 대한 격앙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날 김 지사의 분노를 단순한 정치적 설전으로만 해석한다면 오산이다. 그 이면에는 '속도'보다 '방향',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겠다는 충청권 맹주의 셈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이날 꺼내 든 '앙꼬 없는 찐빵' 비유는 현재 민주당이 주도하는 행정통합 특별법의 허점을 정확히 찌른다. 김 지사는 "우리가 처음 설계했던 안은 수도권 일극화 해소를 위해 매년 9조 원가량의 국세를 이양받는 재정 분권이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재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는 이러한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다. 김 지사의 말처럼 "국가 대개조이자 100년 대계"다. 재정 권한과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은 통합은 무늬만 광역단체일 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맛있는 팥소가 든 찐빵을 만들자고 했더니, 한 달 만에 밀가루 반죽만 쪄오고선 왜 안 먹느냐고 따지는 격"이라는 김 지사의 항변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민주당은 통합 반대 움직임을 선거용 정략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이재명 대표의 말 한마디에 1년 반의 준비 과정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정략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통합을 하자"는 역제안을 던진 것이다.
김 지사가 제안한 '국회 내 여야 동수 통합 특별위원회 구성'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선거라는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2년 후가 되더라도 완벽한 설계도를 그려내자는 주장이다. 이는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충청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매향'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은 정치권의 싸움 거리가 될진 몰라도, 도민의 삶을 바꾸진 못한다. 진짜 충청을 위하는 길은 속도전이 아니라, 찐빵 속에 꽉 찬 앙꼬처럼 확실한 재정과 권한을 챙겨오는 것이다. 김 지사의 '버티기'가 단순한 몽니가 아닌, 충청의 몫을 제대로 챙기기 위한 협상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