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5 (수)

[기자수첩] '매향(賣鄕)' 프레임에 갇힌 행정통합... 김태흠이 던진 '앙꼬론'의 본질

​"참 나쁜 사람들입니다. 앙꼬(팥소) 없는 찐빵을 만들어 놓고 먹으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25일 충남도청 브리핑룸. 김태흠 충남도지사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이견을 보인 세력을 향해 '고향을 팔아먹는 사람들(매향·賣鄕)'이라 칭한 것에 대한 격앙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날 김 지사의 분노를 단순한 정치적 설전으로만 해석한다면 오산이다. 그 이면에는 '속도'보다 '방향',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겠다는 충청권 맹주의 셈법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이날 꺼내 든 '앙꼬 없는 찐빵' 비유는 현재 민주당이 주도하는 행정통합 특별법의 허점을 정확히 찌른다. 김 지사는 "우리가 처음 설계했던 안은 수도권 일극화 해소를 위해 매년 9조 원가량의 국세를 이양받는 재정 분권이 핵심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재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에는 이러한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다. 김 지사의 말처럼 "국가 대개조이자 100년 대계"다. 재정 권한과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은 통합은 무늬만 광역단체일 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맛있는 팥소가 든 찐빵을 만들자고 했더니, 한 달 만에 밀가루 반죽만 쪄오고선 왜 안 먹느냐고 따지는 격"이라는 김 지사의 항변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민주당은 통합 반대 움직임을 선거용 정략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이재명 대표의 말 한마디에 1년 반의 준비 과정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정략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통합을 하자"는 역제안을 던진 것이다.  

 

​김 지사가 제안한 '국회 내 여야 동수 통합 특별위원회 구성'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선거라는 변수에 휘둘리지 않고, 2년 후가 되더라도 완벽한 설계도를 그려내자는 주장이다. 이는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충청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매향'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은 정치권의 싸움 거리가 될진 몰라도, 도민의 삶을 바꾸진 못한다. 진짜 충청을 위하는 길은 속도전이 아니라, 찐빵 속에 꽉 찬 앙꼬처럼 확실한 재정과 권한을 챙겨오는 것이다. 김 지사의 '버티기'가 단순한 몽니가 아닌, 충청의 몫을 제대로 챙기기 위한 협상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