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언론 환경은 독특하다 못해 기형적이다. '기자실 1'과 '기자실 2'로 나뉜 물리적 공간의 분리는 단순히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차원이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세종시청과 출입 기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위계와 알력, 그리고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씁쓸한 상징으로 굳어져 왔다.
마침내 12일 아침에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의 기자간담회 해프닝은 이 낡은 관행이 여전히 건재함을, 아니 오히려 유력 정치인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답습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황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했던 간담회를 급작스레 변경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자단 간사하고만 소통했고, 정작 브리핑룸에서는 같은 시각 더불어민주당 김수현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었다. 황 의원 측은 "35년 공직 생활 동안 간사를 통해 모든 것을 조율해 왔다"며 자신의 방식이 정당했다고 항변했지만, 이는 세종시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언론 지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일방통행'식 해명에 불과했다. '소통'을 강조하며 시장직에 도전하겠다는 유력 인사가 정작 지역 언론의 현실 앞에서는 '불통'의 벽을 세운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기자실 1'과 '기자실 2'라는 차별적 구조를 당연시하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황 의원은 "세종시의 언론 환경이 특별한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반문했지만, 재선 국회의원이자 세종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는 정치인으로서 지역 언론 생태계에 대한 무지는 변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메이저'라 불리는 일부 매체 중심의 소통 방식에 익숙해져, 나머지 수많은 지역 언론과 풀뿌리 매체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단순히 기자단에 대한 예우 문제를 넘어,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대변해야 할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같은 시각 브리핑룸을 사용하던 타당 예비후보에 대한 배려 부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수현 예비후보가 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엄중한 시간에, 바로 옆 공간에서는 유력 정치인이 사전에 충분한 조율 없이 기자들을 불러 모아 '나만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는 정치적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타 후보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을 저버린 처사이며, 나아가 공정한 선거 문화를 해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얼마전 강준현 의원이 "황운하 의원은 동업자 정신이 없다"는 지적이 새삼 무겁게 들려오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인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세종시청 기자실의 폐쇄적 운영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전시청도, 충남도청도 이미 오래전에 기자실 칸막이를 없애고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전환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취재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열린 공간'이 시대적 흐름이자 상식이다. 유독 세종시만이 '1실'과 '2실'이라는 구시대적 유물을 고집하며 기자들을 등급화하고, 정보의 비대칭을 조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행정 편의주의와 일부 기득권 언론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가 아닌지 뼈아프게 자성해야 한다.
황운하 의원에게 고한다.
진정 세종시장이 되어 시민과 소통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간사'라는 편협한 창구를 넘어 더 넓은 언론, 더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35년 관행"이라는 말 뒤에 숨지 말고, 세종시만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정치 신인이 아닌, 산전수전 다 겪은 중진 의원에게 거는 시민들의 기대다.
아울러 이번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모든 세종시장 후보들에게 제안한다.
누가 당선되든 세종시청 기자실을 전면 개방하여 하나의 통합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어라. 이는 단순히 기자들의 편의를 봐주는 차원이 아니다. 밀실 행정과 불투명한 정보 독점을 타파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투명 행정'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기자실 통합'은 곧 '세종시의 통합'을 의미한다.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로 얼룩진 낡은 언론 문화를 청산하고,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살아 숨 쉬는 건강한 공론장을 만드는 일.이것이야말로 행정수도 세종의 위상에 걸맞은, 진정한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닐까. 황운하 의원의 이번 해프닝이 단순한 잡음으로 끝나지 않고, 세종시 언론 개혁의 신호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