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0 (토)

유성구 내년 살림 '올스톱' 위기… 여야 힘겨루기에 등 터지는 주민들

민주당 의원들, 삭감 반발해 본예산 반대 표결… 자당 구청장 발목 잡는 '아이러니'

대전 유성구의 2026년도 살림살이를 위한 예산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전격 부결됐다. 여야의 팽팽한 대립 속에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면서, 유성구는 사상 초유의 '준예산' 체제로 운영될 위기에 처했다.

 

 

​유성구의회는 지난 19일 열린 제282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2026년도 예산안을 상정했으나, 표결 결과 찬성 6표, 반대 6표, 기권 2표로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이번 사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용래 유성구청장이 제출한 예산안을 같은 당 의원들이 반대하며 부결시켰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날 표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8명 중 6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나, 송봉식·이명숙 의원이 기권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 전원과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 1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가부 동수가 되며 예산안은 폐기됐다.

 

​갈등의 발단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 과정에서 비롯됐다. 구의회는 집행부가 제출한 총 8,283억 원 규모의 예산안 중 의원 국외 출장비, 부구청장 전용 차량 예산, 체육회 운영비 등 약 4억 7,000만 원을 삭감했다.

 

​이에 대해 하경옥, 최옥술, 박석연 등 민주당 의원들은 신상 발언을 통해 예산 삭감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고, 결국 본예산안 전체에 대한 반대 표결로 이어졌다. 전체 예산의 0.05%에 불과한 4억여 원의 삭감에 반발해 8,000억 원이 넘는 1년 치 예산을 통째로 무산시킨 셈이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산안 부결의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회계연도 시작 전까지 예산안이 다시 처리되지 않을 경우, 유성구는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법정 경비만 집행할 수 있는 '준예산' 체제로 전환된다. 이 경우 재난 지원이나 복지 사업 등 시급한 신규 사업 추진이 전면 중단되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2026년도 예산안이 최종 부결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준예산 편성 시 각종 행정 사업 추진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의회는 대립이 아닌 협력으로 구민의 삶을 지켜야 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측은 심사 과정의 절차적 문제와 필수 예산 삭감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으나, 자당 단체장의 구정 운영을 마비시켰다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성구의회는 임시회를 긴급 소집해 예산안 재상정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여야 간 감정의 골이 깊어 연말까지 극적인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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