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동료 의원 성추행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상병헌 세종시의원이 본회의 제명 표결을 코앞에 두고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았다. 이는 세종시의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상 의원은 제명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자진 사퇴라는 ‘정치적 퇴로’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 전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제100회 세종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사직 허가 안건을 제출했고, 재적 의원 20명 중 19명이 참여한 표결에서 찬성 16표로 그의 사직안이 가결됐다. 이로써 상 의원에 대한 제명 절차는 자동으로 폐기됐다.
상 전 의원은 시의회 의장이던 2022년 8월, 만찬 이후 동료 남성 의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지난 7월 대전지법은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으나 법정 구속은 면했다. 이 판결은 세종시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왔고,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은 윤리심판원을 통해 그의 자진 탈당을 결정했다.
의회 제명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이 그 직위를 상실하는 가장 강력한 징계 조치 중 하나다. 제명 시에는 선거 출마 등 정치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 있으며, 이는 정치인에게 크나큰 불명예로 남는다. 상 전 의원이 제명 표결에 앞서 사직을 택한 것은 이러한 정치적 오명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그의 사퇴로 제명 절차가 중단되면서, 그는 법적 판결과 별개로 정치인으로서의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직에 앞서 신상 발언에 나선 상 전 의원은 2022년 만찬을 "여야 화합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였다고 회고하며 "소송으로 이어질 줄 상상도 못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1심 판결이 "당사자와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고, 이를 근거로 징계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발언은 자신의 혐의를 완전히 인정하기보다는 사법부의 판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동시에,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복잡한 심경을 담고 있다.
그는 "재판이 진행 중"임을 강조하며 자신의 사건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요청하면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지역구 주민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번 사건은 공직자의 성 비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동시에,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 정치인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