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9 (화)

건양대병원, 5일째 파업…노조 "저임금·장시간 노동 중단하고 재단이 책임져라!"

건양대학교병원 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인력 부족 등을 규탄하며 5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노조가 병원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의 책임 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승격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처우는 "꼴찌 수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건양대의료원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건양대의료원이 2024년 상급종합병원으로 승격하며 의료 수익과 이익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임금과 노동 조건은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2024년 의료 이익 규모는 408억 원,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만 640억 원에 이른다"며, "그러나 직원들은 주 6일 근무에도 초과 수당 한 푼 없이 노동력을 갈아 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공의 부재 상황에서 파업을 최대한 자제해왔음을 강조하며, 이제는 의료원이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에 답할 차례라고 압박했다.

 

정영준 건양대의료원지부장은 노동조합 설립 이유가 "떠나지 않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었음을 역설하며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부당한 대우로 동료들이 병원을 떠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의료원장마저 떠나는 병원"이라며 어제 축조 교섭을 통해 의료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밝히고, 사측의 횡포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부장은 노조의 요구가 ▲주 5일제 시행 ▲육아휴직수당 보장 두 가지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평일 4시간을 적치해 토요일 진료에 사용하는 주 6일 체제는 인력 공백과 업무 부담으로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사실상 무급에 가까운 육아휴직수당은 저출산 시대 흐름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수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장은 건양대의료원의 임금 수준이 전국 사립대병원 중 거의 꼴찌 수준임을 강조하며,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승격 시 약속했던 보상을 사측이 지키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조합원들은 이번 파업이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한 조합원은 "전공의 부재 동안 모든 짐은 PA들이 떠안았고, 가정과 삶이 무너진 채 근무했다"며, "월급은 그대로인 채 업무만 늘어난 지옥 같은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가 오늘 멈추는 것은 환자를 더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라고 덧붙여 파업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다른 조합원 역시 과중한 업무, 인력 부족,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휴게시간과 연차 등 비정상적인 병원 운영 실태를 고발하며, 노동자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2004년 주 5일제가 시행된 지 3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건양대의료원이 여전히 주 6일 근무를 고수하고, 육아휴직 수당 역시 고용보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스스로 바꿀 의지가 없는 의료원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힘으로 바꿀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현 의료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표명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저임금 구조, 부족한 인력, 비정상적 조직문화, 부당한 인사제도 등 낡은 관행과 문화를 반드시 바꿔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헌신으로 이루어 온 병원의 성장을 우리 모두가 확인했다"며,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노동조합의 정당한 요구에 재단이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기자회견 후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과 건양대의료원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 논의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