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집중호우로 붕괴 위험 판정을 받은 후 철거된 유등교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 대전시가 임시 가설교를 설치하면서 , 한국산업표준 (KS) 에도 맞지 않는 중고 복공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

유등교는 대전 중구와 서구를 연결하는 4 번 국도상의 교량으로 24 년 7 월 폭우로 침하되어 대전시가 이를 철거하고 다시 짓고 있다 . 대전시는 건설 기간인 3 년 동안 사용할 가설교를 지어 지난 2 월 개통했는데 , 이 가설교에 부식이 진행된 중고 복공판을 사용하고 , 위험성에 대한 평가나 피로도 시험도 거치지 않았다 .
복공판은 여러 개가 이어져 다리의 바닥판을 이루는 철강재로 수십 톤의 차량 하중을 반복적으로 받는 구조물이다 . 피로도가 누적되면 국부 파괴나 전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부품이다 . 특히 유등교 가설교는 양방향 곡선 형태로 설계되어 일부 구간에 하중이 집중되는 구조적 취약점이 존재한다 .
국토교통부의 「 가설공사 일반사항 」 은 모든 가설공사용 자재가 KS 인증 또는 자율안전확인신고품이어야 하며 , 재사용품은 반드시 품질검사와 시험성적서를 첨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특히 서울특별시의 경우 , 재사용 복공판은 피로수명이 3 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규정하고 , 2011 년 9 호선 3 단계 공사에서부터 신강재를 사용하고 , 재사용품 사용이 확인되면 교체하도록 하고 있다 .
대전시는 그간 “KS 철강재로 제작된 제품을 사용했다 ” 고 주장했지만 , 건설안전발전협회와 의원실 확인 결과 , 유등천 가설교에 쓰인 복공판은 철계단용 강재를 쓰는 S 사의 비 KS 강재 중고 복공판이었다 .
심지어 정확한 제조일자와 사용이력은 확인 자체가 불가했다 . 이 복공판은 기술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12 년 전에 폐지된 ‘KS D 3633( 바닥용 무늬강판 )’ 기준에 따른 강재로 만들어졌다 . 계단이나 바닥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 가설교량에 쓰이는 구조용 강재들과는 전혀 다른 용도다 .
시공사인 하이브리텍이 대전시에 제출한 자재승인서에는 복공판 시공사로 선정된 ㈜ 하이브리텍이 A 사에 위탁생산 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 ㈜ 하이브리텍과 A 사 모두 애초에 복공판을 생산하지 않는 업체였다 .
대전시는 허술한 서류에도 별다른 검증 없이 , 자재 사용을 승인했다 . 장 의원이 공개한 대전시 제출 서류에는 해당 복공판이 ‘ 월곶판교 6 공구 ’ 에 납품된 것으로 되어 있어 , 해당 복공판이 수도권 지하철 건설 현장 등에서 사용됐던 것으로 추측된다 .
장 의원은 “ 신품으로 새로 제작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제출하고 , 실제로는 중고품을 사용한 것 ” 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
대전시의 품질공사 누락과 사후 품질검사 문제도 제기됐다 . 국토교통부 「 가설공사 일반사항 」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부득이 재사용품을 사용할 경우에도 재사용품은 반드시 품질검사를 거쳐 시험성적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 대전시와 시공사는 품질검사를 생략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 .
대전시는 건설안전발전협회의 민원을 받은 후인 2025 년 1 월 23 일이 되어서야 복공판 16 장에 대한 시험을 의뢰했다 . 이 시점은 이미 대부분 공사가 마무리되고 , 일부 구간 개통을 불과 하루 앞둔 상황이었다 . 실제 사용될 자재를 미리 보내 검사한 것이 아니라 , 별도의 다른 복공판을 임의로 보내 검사받은 것이다 .
특히 해당 복공판 시공사는 대전시가 충분한 안정성이 필요하다며 특정공법 선정 제안 입찰을 통해 입찰한 것이라 더욱 논란이다 . 대전시는 24 년 8 월 1 일 가설교 설치를 결정한 후 , 같은 달 23 일 구조적 안정성 확보 가능한 공법을 가진 특정공법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
이를 통해 2006 년 출원한 특허를 가진 ㈜ 하이브리텍이 복공판 시공사로 선정되었다 . 이 과정에서 가설교량 건설은 일정 시공능력을 가진 건설사면 따로 특허공법이 필요없다는 지적이 있었고 , 본공사 입찰 1~9 순위가 모두 입찰을 포기해 가설교 준공이 지연된 점에 대해서도 ㈜ 하이브리텍이 가져가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되기도 했다 .
현재 문제의 복공판 위에는 80mm 두께의 아스팔트 포장이 덮혀 있다 . 대전시와 시공사는 “ 포장이 하중 분산에 도움이 된다 ” 고 주장했지만 , 전문가들은 “ 아스팔트가 오히려 하중을 더해 복공판의 피로를 가속화할 수 있다 ” 고 경고한다 . 더 큰 문제는 , 이 포장 때문에 복공판 하부의 손상이나 부식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고 일부 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 일부 민원인들은 “ 대전시가 중고 복공판의 부식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포장을 한 것 아니냐 ” 고 비판하고 있다 .
유등교 가설교에는 약 3,200 장 이상의 복공판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 신품 H 형 복공판의 조달단가는 장당 약 73 만 원인 반면 중고 복공판의 시세는 20~30 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 결과적으로 약 13 억 원가량의 원가절감이 이루어진 셈인데 , 대전시는 가설교 시공 예산으로 73 억 원을 집행했다 .
장철민 의원은 “ 대전시는 ‘ 특정공법 ’ 을 이유로 공사를 늦추더니 , 정작 선정된 업체가 중고자재를 사용하는 것을 방치했다 ” 며 “ 시민 안전을 방기한 심각한 관리 실패 ” 라고 강조했다 . 이어 “ 즉시 유등교 가설교 전 구간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과 자재 반입과정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