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2 (화)

“강남 재건축 ‘무제한 이주비’… 규제 비웃는 부동산 꼼수”

공인중개사살리기협회장 김경희 l 헤드라인충청 최병옥 기자 |

 

6억 대출 규제 무색… 있는 사람만 더 부자 되는 강남 재건축 시장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시공사들의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주비 지원 조건이 기존 관행을 넘어 ‘무제한 대출’ 단계까지 치닫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사실상 규제를 우회하는 파격 제안이 등장한 것이다.

 

최근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한 재건축 단지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한 대형 건설사가 **‘필요한 만큼’의 추가 이주비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조합원들은 이를 활용해 전·월세가 아닌 아예 대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받았다. 경쟁사들이 내세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00~150% 조건보다 더 공격적인 제안이다.

 

추가 이주비는 기본 이주비(은행 대출)만으로 이주가 어려운 조합원들이 이용하는 보조 성격의 자금이다. 그런데 최근 강남권 단지에서는 이 대출을 통해 수억~수십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고, 임시 거주가 아니라 자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규제 전문가들은 “이는 정부가 6·27 대책에서 막으려 했던 다주택 매입을 사실상 가능하게 만드는 허점”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6·27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이주비 대출도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동일하게 취급해 6억 원 상한을 두고, 2주택 이상 보유자는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건설사를 통한 추가 이주비는 금융당국 가계대출 규제망 밖에 있다. 예컨대 시가 20억 원대 주택을 가진 조합원이 조합 보증을 통해 30억 원 이상의 무이자·저리 대출을 받아 강남 인근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 강남·용산 등 일부 지역은 재건축 후 시세가 크게 오를 것이 확실시돼, 시공사들이 미래 분양권 가치를 담보로 금융기관과 손잡고 이런 과감한 조건을 걸 수 있다”고 전한다. 반면 여타 지역에서는 조합원 수요가 적고 담보 가치가 낮아 이런 방식이 거의 통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한대출식 이주비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남권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 목표를 훼손하고, 계층 간 자산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도시정비 컨설턴트는 “이주비는 원래 임시 주거비 지원 성격인데, 집을 한 채 더 사라고 장려하는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투기 수요를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공사들은 ‘조합원 맞춤형 금융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의 건설사 관계자는 “신속한 이주 및 사업 진행을 위해 여유 있는 자금 지원 방안을 제안했을 뿐”이라며 “모든 조합원이 최대 한도로 대출을 받는 것은 아니고, 개별 사정에 따라 필요한 범위에서만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정책 취지를 훼손하고, 자산 보유층에게만 유리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재건축 이주비 대출이 무제한 또는 초고비율로 제공될 경우, 자금 여력이 있는 일부 조합원들은 이를 레버리지 삼아 추가 주택을 매입하며 자산을 크게 불릴 수 있다. 반면 자금력이 부족한 일반 무주택자나 서민층은 이러한 기회를 전혀 누릴 수 없다.

 

결국 현 부동산 시장은 규제의 빈틈 속에서 ‘있는 사람’들이 더 쉽게 투기성 매입에 나설 수 있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