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6 (토)

아시아뉴스

태국-캄보디아 국경, '전쟁 위기'로 치닫는 교전...

민간인 사상자 속출, 국제사회 우려 증폭

고대 사원 분쟁 넘어 로켓포, F-16 전투기 동원... 10년 만의 최악 충돌, 10만 명 이상 피란

태국과 캄보디아가 오랜 국경 분쟁 지역에서 심각한 무력 충돌을 이어가며 동남아시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시작된 양국 군의 교전은 로켓포, 중포, 심지어 F-16 전투기까지 동원되며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틀 만에 양국 민간인과 군인을 포함해 최소 16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1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양국 간 교전은 24일 태국 동부 수린주와 캄보디아 북서부 우다르민체이주 국경 지역에서 촉발되었으며, 곧바로 6곳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양국이 수십 년간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고대 사원 인근 지역이 주요 격전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태국 측에서는 민간인 13명과 군인 1명이 사망하고 최소 4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8세 어린이가 포함되어 있어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캄보디아는 공식적인 피해 규모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AP통신 등 외신은 캄보디아 측에서도 최소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국경 인근 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태국 내무부는 4개 국경 지방에서 10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대피소로 이동했다고 밝혔으며, 캄보디아에서도 수많은 주민들이 경운기 등을 이용해 피란길에 오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들은 총성과 포탄이 오가는 공포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양국은 서로 상대방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이 러시아산 BM-21 다연장 로켓포 등 중화기를 동원해 병원 등 민간인 지역까지 겨냥하며 공격했다고 비난하며, F-16 전투기 6대를 출격시켜 캄보디아 군사시설 2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위적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반면,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군이 자국 영토에 폭탄을 투하하고 중화기를 사용한 것은 "잔인하고 불법적인 군사적 침략"이며 국제법과 아세안 규범을 위반한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캄보디아는 자국 군대가 "국가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 차원에서 대응했다고 주장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소집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무력 충돌은 지난 5월 28일 소규모 총격전 이후 고조된 양국 간 긴장 상태가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국경 지역 지뢰 폭발로 태국군 5명이 부상당하고, 태국이 캄보디아 대사를 추방하고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외교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것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역시 이에 맞서 외교 관계를 격하하고 태국산 과일 및 비누 수입을 중단하는 등 경제적 보복 조치를 취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태국 총리 교체 압박 등 내부 정치적 혼란이 국경 분쟁의 확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과 유엔, 아세안 등 국제기구들은 양국에 즉각적인 무력 충돌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아세안은 역내 안정 유지를 위해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내정 불간섭 원칙으로 인해 적극적인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태국 임시 총리는 이번 사태가 '전쟁 상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긴장감을 더하고 있어, 양국 간의 분쟁이 동남아시아 전체의 안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