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은 얼핏 들으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통 큰 결단처럼 들린다. 특히 해양 도시 부산의 염원을 담은 듯한 이 공약은 표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 공약이 부산 발전을 위한 진정한 해법인지, 아니면 오히려 더 큰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할 ‘빈 수레’가 될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우선, ‘상징성’ 이상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미 해수부는 세종시에 자리 잡은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세종시의 다른 부처들과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업무 효율성을 높여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물리적인 이전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징성’이 과연 현재의 업무 효율성 저하를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간판을 부산으로 옮긴다고 해서 부산이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해양 수도로 발돋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업무 연속성을 훼치고, 부처 직원들의 혼란과 사기 저하를 야기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둘째, 막대한 사회적 비용 발생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해수부 이전에는 청사 신축 및 개보수 비용, 직원들의 이주 지원 비용 등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는 단순한 금전적 비용을 넘어, 직원들의 삶의 터전 변화, 자녀 교육 문제 등 개인에게는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얻을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점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이는 전형적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셋째,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은 과거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전 이상의 복합적인 지역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다. 해수부의 물리적 이전이 부산의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부산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첨단 산업 육성,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젊은 인재 유입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들이다. 단순히 정부 부처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산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넷째, 졸속 추진의 우려가 크다. 대통령 공약이라는 명분 아래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이 속출할 수 있다. 해수부 이전이 부산뿐만 아니라 세종시, 그리고 해양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이해 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당장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성급하게 결정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이전 공약은 부산 시민들의 열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겠지만, 국가 전체의 효율성과 미래를 고려할 때 재고의 여지가 다분하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정책이 아닌, 대한민국 해양 강국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부산의 실질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더욱 현실적이고 심도 깊은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빈 수레는 요란하기만 할 뿐, 결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