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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충북도지사에 대한 단상(斷想)
  • 임용태 기자
  • 등록 2023-07-26 15:46:52
  • 수정 2023-07-26 15: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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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도착한 충북도청 주차장은 혼란스러웠다. 청원경찰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는 기자들의 모습에서 급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여서 빈곳을 찾고 있는 기자의 차량 옆으로 커다란 검은색 SUV가 지나가더니 잠시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얼른 취재를 해야겠다’는 마음에 빠르게 움직여 도의회와 본관 사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는데 누군가 급히 걸어 가는게 보였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이상민 장관을 만나러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방에 카메라를 꺼내면서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나를 지나친 김 지사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건물 앞에 수행원으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서 있었다. 분향을 마치고 나오는 이 장관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곳으로 다가가니 김 지사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누구시죠?” 나는 “취재기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김 지사는 내 카메라를 보며 “찍지 마세요.”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러면서 수행원인 듯한 여성과 함께 뒤로 돌아서더니 무언가 귓속말을 나누고 다시 본관 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분향을 마친 이상민 장관이 떠났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유가족들은 도청에 있는 기자회견장에 나와 지금까지 도지사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기자가 느끼기에는 김 지사에게 중요한 사람은 오송 지하차도 유가족이 아니라 이상민 장관으로 보였다.


물론 도청에 장관이 오는데 도지사가 집무실에 있을 수는 없다. 나가서 인사를 나눌 수도 있고 현안에 대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최근에 일어난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일들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다. 또한 기자의 추측이 잘못 된 것이고 집무실이 답답해서 바람 쐬러 잠시 밖으로 나간 것이라고 말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김영환 지사는 선출직 정치인이자 행정가다. 그것도 150만 충북도민을 대표하는 막중한 자리에 있다. 본인의 가정집도 아니고 일자리인 도청 내에서조차 카메라를 두려워한다면 대체 무엇이 두렵고 무슨 마음으로 도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김영환 지사도 국회의원은 해봤지만, 행정을 책임지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목민관의 자리는 늘 어렵고 외로운 자리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충북도민을 위해 사심 없이 올바른 도정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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