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가장 잔인한 달로 기록된 중구의 11월
  • 임용태 기자
  • 등록 2023-11-30 19:39:37
기사수정

2023년 11월은 대전의 정치 1번지인 중구가 잔인한 달로 기록될 것이다. 하루 사이로 지역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3년의 실형을 받았고 지역의 살림을 맡은 구청장은 그 직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구는 어수선하다. 구청 직원들은 방향타가 고장 난 배처럼 표류하고 시민들도 모이면 중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만 들려온다. 중구는 한때 충남도청과 대전시청을 비롯한 모든 공공 기관이 있어 대전 뿐만 아니라 충남 전체를 아우르는 곳으로 대전의 정치 1번지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97년도 대전시청이 둔산으로 이전하며 원도심 공동화로 급격하게 늙어가고 있는 곳이다. 

 

필자는 최근 중구에서 벌어진 불행한 일들의 원인은 국내 정치 시스템이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한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 모름지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정치를 하며 그 자격과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아야 하는데 시류에 따라 정당 공천만을 믿고 투표하는 시스템과 정치인으로서 제대로 검증조차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벌어진 일이다.

 

이제 중구는 내년 4월에 새로운 지역의 대변자와 살림꾼을 뽑아야 한다. 국회의원과 구청장직을 두고 벌써 많은 사람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치에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공자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를 말했다. 몸이 닦인 후에 집안이 바르게 되고 집안이 바르게 된 후에 나라가 다스려진다. 나라가 다스려진 후에 천하가 태평해진다는 이 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을 닦기 전에 마음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마음은 정치를 하기 전에 진정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일반 시민과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정치병에 걸려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자리에 앉아 군림하고 자신의 명예와 권력만을 좇을 생각이라면 정치판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본인과 지역의 주민에게도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를 통해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오늘 필자의 눈에는 11월이 중구와 중구민들에게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시 황무지의 몇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TAG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많이 본 뉴스
게시물이 없습니다.
유니세프
국민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