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26년 만의 우승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지금, 외국인 타자 운용에 대한 중대한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플로리얼이 복귀를 앞둔 가운데, 대체 선수 루이스 리베라토의 계약 만료일도 다가오고 있다. 구단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답은 이미 그라운드 위에 명확하게 새겨지고 있다.
한화의 가을야구, 나아가 한국시리즈 제패를 위해서는 플로리얼과의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리베라토와 정식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물론 페라자가 시즌 초반 보여준 활력과 기동력은 분명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시즌 6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1, 8홈런, 13도루를 기록하며 자신의 몫을 해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기는 야구’를 갈망하는 한화 팬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해결사가 필요했던 순간마다 그의 방망이는 번번이 침묵했다. 2할대 초반에 머무르는 득점권 타율(.222)은 그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몇 차례의 아쉬운 주루 플레이와 수비 실수는 ‘믿음’이라는 단어에 물음표를 던지게 했다.
이러한 갈증 속에서 등장한 리베라토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페라자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긴급 수혈된 그는 KBO리그 12경기 만에 타율 0.420, 2홈런, 1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03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단순한 고타율을 넘어, 그의 진가는 득점권에서 더욱 빛났다. 득점권에서 무려 0.667(12타수 8안타)이라는 믿기지 않는 타율을 선보이며 찬스마다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는 페라자의 부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이제 고작 50여 타수를 소화한 리베라토의 활약이 '반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다른 구단의 정밀 분석과 집중 견제가 시작된다면 현재의 불방망이가 식을 수도 있다. 수비 범위나 도루 능력 등 세부적인 지표에서 페라자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재 한화 타선에 가장 필요한 조각은 ‘확실한 해결사’다. 아무리 많은 주자가 누상에 나가더라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리베라토는 짧은 기간이지만 득점권에서의 압도적인 집중력과 클러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그의 등장은 팀 전체에 ‘찬스가 오면 해결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심어주었고, 이는 데이터로 측정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한화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26년 만의 우승이라는 원대한 꿈은 이제 더 이상 신기루가 아니다.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활약을 기대했던 페라자의 기량은 분명 아쉽지만, 그의 득점권 침묵은 팀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위험 요소다. 반면, 샘플 사이즈는 작을지언정 리베라토가 보여준 해결사 기질은 한화가 V2를 달성하는 데 있어 대체 불가능한 핵심 전력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화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익숙함과 아쉬움에 기댄 선택이 아닌, 우승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한 냉철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그 결정의 중심에는 ‘해결사’ 루이스 리베라토가 있어야 한다.